I only want to be with you
아버지는 강직한 군인이셨다. 다정다감한 애정표현 한번 없으셨고, 항상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으로 의사전달을 하시던 분이셨다. 그러던 어느날 보스턴 출장 중이던 내게, 어머니의 급한 메시지가 전달되어 있었다. 아버지가 아프신데, 출장 업무에 방해가 될까봐 연락 못하게 하신다구......... 폐암이셨다... 그때부터 주중에는 회사에서 날밤을 새고, 주말에는 암병동에서 날밤을 새는 일들이 시작되었다. 정말 어리석게 1년도 훨씬 넘게 그렇게 생활하면서도 회사를 그만 둘 생각을 못했었다. 정말 괜찮으시다는 당신의 미소와 함께....... 그러다 그날이 찾아왔다. 주말마다 찾아오는 큰아들을 위해, 의사선생님은 쪽지를 남겨두셨다. 지난 목요일부터 2~3일 동안 거의 익사 수준으로 호흡을 못하시고 계신다고....... 아버지는 당신의 아들을 보시자마자 두손을 꼭잡고,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힘든 숨을 멈추셨다. 그 때부터였다. 남중, 남고, 공대, 군대를 거쳐 형성된 극강의 무뚝뚝 하던 성격은, 사람에 목말라 하기 시작했다. 다정 다감한 사람들과 그들의 표현을 좋아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산적 같은 놈이, 저 멀리 영화 배우 분들이나 출것 같다는 살사, 땅고를 배우기 시작했고, 해외 출장이 아닌, 해외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처 받을 까봐 시작하지 못했던 일들도, '그냥 해보기로 하지'로 바뀌었다. 주말에는 업무일보다 미드를 즐겨보기 시작했다. 그 당시 즐겨보던 미드 중 하나가 Ally Mcbeal 인데, Vonda Shepard 언니의 "I only to be with you" 이 노래만 나오면 조용히 병상 보조침대에 누워, 코훌쩍이며 소리안나게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난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으로 향하...